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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

CURIOSITÉS

 

3. Luck

가혹했던 한 해가 가고 찾아온 새해의 전망은 여전히 밝지만은 않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2021년, 그 새로운 여정의 길에 '행운'이라는 마법의 가루를 뿌려보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랑말랑한 아포리즘을 믿으며, 고대했던 멋진 일들이 우연히라도 불쑥 찾아오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Food for Luck> Baé, 2020

#1 새해 복 많이 드세요

A Bite of Luck

1월 1일 00시. 스페인 사람들은 제야의 종소리에 맞춰 12알의 포도를 부지런히 입 안에 집어넣는다. 그것이 앞으로의 열두 달에 좋은 기운을 가져다줄 거라 믿으면서.

새해의 복을 비는 풍습은 나라마다 다양하지만, 모두에게 친숙한 만국 공통의 행운 코드는 역시 '음식'이 아닐까 싶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새해에 어떤 요리를 먹을까?

일본과 중국에서는 길게 뽑은 면을 최대한 끊지 않고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먹는다. 긴 음식을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의 떡국도 긴 음식에 대한 애호에서 출발한 새해 음식이다. 길쭉하게 뽑아낸 가래떡은 장수를, 엽전처럼 둥글게 썬 떡의 단면은 재물을 상징한다. 떡국 외에도, 동전이나 지폐를 닮은 음식은 세계 어디서나 인기있는 풍수요리다. 러시아인들은 돈더미처럼 반짝이는 캐비어를, 중국인들은 금덩이처럼 탐스러운 만두를 길하게 여긴다. 지구 반대편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는 새해마다 ‘화환 케이크’라는 뜻의 '크란세카케'를 즐긴다. 풍요를 상징한는 링 모양의 빵을 층층히 쌓은 원뿔 모양 디저트다. 그리스 또한 ‘바실로피타(Vassilopita)’라는 이름의 새해 이브 케이크를 굽는다. 반죽에 동전을 넣고 굽기도 하는데 동전이 들어 있는 케이크 조각을 먹은 사람에게는 일 년 내내 행운이 깃든다고 믿는다. 미국 남서부 지방의 대표적인 설음식인 '호핑 존(Hopping John)' 역시 부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하다. 콩, 쌀, 베이컨, 남은 채소 등을 몽땅 넣고 볶는 요리로 검은콩은 동전, 푸른 채소는 지폐를 상징하며 검은콩 안에 실제 동전을 넣어 운을 점치기도 한다. 한편 터키인들은 붉고 탐스러운 씨가 가득한 석류를 즐겨 먹는다. 두둑한 열매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새해를 온통 돼지와 관련된 것들로 시작한다. 행운을 의미하는 그릭(Glück), 돼지를 뜻하는 슈바인(Schwein)을 합한 귀여운 돼지 모양의 마지팬 과자 '그릭슈바인'을 선물로 주고 받는데, 이때 '돼지를 갖고 있다'는 말은 곧 '운이 좋다'는 말이라고. 이탈리아 사람들 역시 정초부터 돼지족발을 뜯는다. 닭과 달리 땅을 긁지 않는 돼지를 먹으면 한 해 동안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혹시 아직 새해 음식을 맛보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자. 2021년은 평소보다 더 많은 행운이 필요한 한 해니까. 그 핑계로 다이어트는 제쳐두고 주말마다 새로운 행운의 요리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Written by - Michelle Park / Edited by - Noelle Yang


<Lucky Signals> Noelle Yang, 2020

#2 나만의 행운 시그널

My Lucky Signal

운을 믿는 사람이든, 운에 기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든 마음 속에는 크고 작은 럭키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흔해빠진 미신이면 어떻고, 아무 뜻 없는 행운의 부적이면 또 어떤가. 자기 행동에 항상 냉철하고 건조한 사유서를 앞세우는 사람은 재미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상에 소소한 신비와 특별함을 보태줄 사소한 습관이나 물건, 그것들이 보내오는 '행운'이라는 작은 신호다. 그런 의미에서, 뮤트뮤즈를 함께 이끄는 '스튜디오 파런테즈' 멤버 11명이 행운 시그널들을 제각각 꺼내보았다. 이를 통해 당신만의 행운 시그널도 한번 떠올려보길!

-Ace: 눈에 보이는 것 중 맞추기 힘들어 보이는 뭔가에 조그만 돌멩이같은 걸 던져본다. 실제로 맞추면 왠지 행운이 찾아올 것만 같달까?
-Kay: 겨울철 외투 안주머니에서 발견하는 천 원짜리 지폐 석 장. 때마침 눈앞에 타코야끼 트럭이나 붕어빵 가게가 있다면 금상첨화!
-Annabel Lee: 행운의 2$. 훗날 내게 행운이 찾아왔다고 생각될 때, 행운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한다고 했다.
-Chatoyant: 싱가폴에 있는 친구 할머니께서 주신, 소정의 돈이 든 부적.그때 갖고 있던 가방에 넣어둔 후 아직도 그대로 들고 다닌다.
-Jun: 조던 4 콜롬비아. 스니커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 제품이자, 신발 모으는 취미를 갖게 만들어준 나의 첫 수집품. 최근 스니커 당첨운이 폭발한 것도 왠지 이 제품 덕분 아닐까?
-Noelle: 러시아에서 산 로모 LC-A 필름 똑딱이 카메라. 말도 안되는 가격에 구한 건 둘째치고, 나와 태어난 연도까지 같은 운명의 아이템.
-Sisi: 집에서 나올 때, 항상 데일리 악세사리를 착용해야 한다. 매일 끼는 반지를 잊고 나오면 어딘지 허전하고, 덜 갖춰진 느낌이 든다.
-Cinebus: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직관에 의존하기. 가장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그 생각이 정답이라 믿는다. 특히 음식 메뉴 고를 때.
-Casch: 향수. 안정감, 익숙한 기분이 필요할 때 뿌린다. 향을 입으면 조금 더 나은 내가 된 것 같다.
-S2: 잠들기 전에 듣는 ASMR. 온갖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많은 상념들을 조용히 잠재워준다. 기분 좋은 꿈 속으로 친절히 안내받는 기분.
-Nueve: 모든 불행은 질투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반대로 질투를 버리면 행운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Written by - Noelle Yang


<Waking Ned Devine> Kirk Jones, 1998

#3 웨이킹 네드 (1998)

Waking Ned Devine (1998)

행운의 상징, 복권. 영화 <웨이킹 네드>는 복권 1등에 당첨자마자 심장마비로 죽어버린, 아이러니한 운의 한 남자 '네드 드바인' 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아일랜드 바닷가의 작은 시골 마을 툴리모어. 이곳 주민들은 매주 토요일 밤, 복권에 당첨되길 기대하며 TV 앞에 모여든다. 그러던 어느날 거짓말처럼 이 마을에도 당첨운이 찾아온다. 그러나 당첨자 '네드'의 허무한 죽음으로 이 어마어마한 돈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하자,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든 가짜 '네드'를 앞세워 당첨금을 나눠 가지기로 모의한다. 죽은 네드의 집에 찾아온 감독관을 네드인 척 맞이하고, 당첨자 신상을 확인하려 하자 배가 아픈 척 화장실로 달려가 네드의 신분 서류를 커닝해 위기를 모면하며, 네드의 장례식을 치르는 도중 감독관이 들이닥치자 멀쩡히 살아있는 다른 마을 사람의 이름으로 장례식을 끝내기까지. 죽은 사람을 사칭하는 악랄한 수법에도 불구하고 순박한 마을 사람들이 꾸미는 음모는 어딘지 허술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 집단 사기 행각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응원하게 되고, 권선징악과는 먼 해피엔딩에도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영화가 보여주듯, 행운은 이따금 아름답지 않은 방식으로 우리 삶에 불쑥 찾아와 일상을 헤집어놓는다. 행운처럼 보이는 일이 훗날 불운이 되어 뒤통수를 치기도 하고, 얼토당토 않은 일이 놀라운 기쁨으로 자라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그 복불복의 불청객을 내심 기다린다. 지루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힘, '행운'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경험을 말이다.

Written by - Michelle Park / Edited by - Noelle Yang


<Erratum Musical> Marcel Duchamp, 1912-1913

#4 우연의 레디메이드

The Art of Coincidence

행운이라는 즉흥곡은 언제나 우연이라는 악기로 연주된다.

마르셀 뒤샹은 당대를 뒤흔든 변기 작품 <샘>을 비롯해, 레디메이드(기성품), 우연성과 같은 혁신적인 개념들을 현대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는 레디메이드를 "오로지 작가의 선택만으로 기성품을 예술적 맥락에 배치해 재탄생시킨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그 말처럼,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의도치 않은 우연이 빚어낸 해학과 미학이 존재했다. 뒤샹은 모두가 당연시하는 기존 예술의 법칙을 뒤틀고, 우상화된 예술을 파괴하길 즐겼다. 이를테면 그가 가장 좋아하는 레디메이드 작품 중 하나인 <세 개의 표준 정지장치(Trois Stoppages Standards, 1913-1914)>는 1미터짜리 실 세 가닥을 공중에서 떨어뜨려 나온 곡선으로 만든 일종의 자인데, 그는 이것을 '미터에 대한 농담'이라 불렀다. 우연히 만들어진 곡선으로 자신만의 척도를 창조해낸 이 작품은 절대적 진리로 통하는 ‘미터법’ 역시 인간이 임의로 정한 것이라는 사실을 예술적으로 비웃고 있다. 또한 그는 음악을 본격적인 창작 도구로 삼은 다다 아티스트였다. <오자 뮤지컬(Erratum Musical, 1912-1913)>은 모자 안에 25개의 음표 카드를 넣고 제비뽑기로 이를 임의로 배치해 만든 성악 삼중주다. 다다이즘의 시 작법(신문을 오린 단어들을 무작위로 뽑아 시를 짓는 방식)을 닮은 이 곡은 연주본을 들어보면 멜로디가 어딘지 기괴하고 오싹한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정용으로 작곡되었다고 한다. 우연의 마법으로 작곡한 뒤샹의 음악은 훗날 침묵의 <4분 33초(1952)>로 ‘우연성 음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에게 강렬한 영감을 주었다.

그는 1968년의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중이 나의 '저장된 우연'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연의 일치를 믿는다는 것은 대중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모든 것엔 신중한 목적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시간이 흐르면 그들도 우연이 사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사실 세계 전체는 우연에 입각해 이루어져 있고,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어떤 인과 관계보다 우연을 잘 알고 있다."

Written by - Noelle Yang


<Beetle> Baé, 2020

#5 Beetle!

집은 물론 휴가지에서조차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는 가엾은 현대인을 위해, 오직 '운빨'만으로 쉽게 즐거워질 수 있는 간단한 고전 게임을 소개한다. 전략도, 선택도, 실력도 필요 없다. 전략도 실력도 필요 없는 영국식 주사위 게임, 오로지 펜과 주사위, 그리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운 하나로 승패가 갈리는 'Beetle(비틀)'에 지금 바로 도전해보자.

규칙 :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숫자에 따라 '비틀(곤충)'의 몸을 그릴 수 있다. 곤충을 먼저 완성하는 사람이 승자다.

- 6 : 몸통. 한 개만 그리면 된다.
- 5 : 머리. 이것도 한 개.
- 4 : 날개. 한 쌍, 즉 두 개를 그려야 한다.
- 3 : 다리. 앞다리 한 쌍과 뒷다리 두 쌍, 총 여섯 개를 그려야 한다.
- 2 : 더듬이. 날개처럼 두 개를 그려야 한다.
- 1 : 눈. 이것도 두 개다.

*주의할 점. 몸통을 가장 먼저 그려야 나머지를 그릴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눈과 더듬이는 머리가 있어야 그릴 수 있다.

간단하고 허접해보이는 게임이지만 한번 해보면 심심풀이로 이만한 게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주사위를 굴리고 끄적이다보면, 어느새 목 없고 다리 없는 곤충들이 종이를 한가득 채울지도!

Written by - Noelle Yang

Directed by MICHELLE PARK, NOELLE YANG
Written by NOELLE YANG, MICHELLE PARK
Edited by NOELLE YANG, BORA KANG
Translation by MICHELLE PARK(eng)
Designed by JUNSEON YU
Cover Illustration by BAÉ

Produced by STUDIO PARENTHÈ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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