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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iosity

CURIOSITÉS

 

#1 Curiosity

호기심의 역사는 인류가 욕망해온 모든 것들의 역사다. 그것은 가장 아름답고 희귀한 것들을 마주하는 인류의 태도이자, 그 어떤 물리적인 힘보다 더 강하게 우리를 온갖 모험과 상상으로 떠미는 본능이다.


Kimi&12 <Still Life>, Artwork for MUTEMUSE, 2018

호기심의 진화론

The Evolution of Curiosity

진화론적으로 모든 동물은 호기심을 지니고 있다.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많이 얻을수록 생존할 확률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린 동물일수록 호기심이 충만한 이유다. 그들은 낯선 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함으로써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은 좀 다르다. 철학자들이 호기심을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성’이라고 여기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생명 유지 본능 이상의 어떤 성질을 띠기 때문이다. 인류의 호기심은 독버섯과 뗀석기에 대한 고민 단계를 한참 넘어서, 낯모르는 셀러브리티의 사생활이나 간밤의 꿈이 보낸 상징적 신호, 키울 일 없는 고양이의 까탈스러운 입맛 같은 것으로 무한히 확장된다. 인류는 ‘그냥’ 알고 싶어서 알아내는 것을 사랑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보상 유무와 관계없이, 심지어 온갖 재난이 지뢰처럼 깔린 공포영화 속 상황에도 인간의 호기심이 발동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처럼, 지나친 호기심은 종종 유해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인간은 (그리고 고양이는), 궁금해 미치느니 죽기를 택한다. 그리고 뒤에 한 마디를 덧붙인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 하지만 답을 알아낸 기쁨은 죽은 고양이도 되살린다(Curiosity killed the cat…but satisfaction brought it back)!’


Baé <Curiosités> Artwork for MUTEMUSE, 2019

경이의 방

Cabinet de Curiosités

바로크적인 아름다움이 밀집된 곳, ‘호기심의 방(Cabinet de Curiosités)’. 독일어로는 ‘경이의 방(Wunderkammer)’으로 불리며, 자연과학과 예술에 대한 호기심이 절정에 달하던 유럽 르네상스 귀족들이 귀중품을 보관하던 작은 가구였다. 그리고 점점 확장된 공간을 갖기 시작해 오늘날 미술관의 기원이 되기에 이르렀다. 보통 숨겨진 문으로 들어가는 이 비밀스러운 방 안에는 신성한 성물이나 먼 이국의 공예품이나 기계 장치, 작고 정교한 예술품, 신비한 동물의 화석과 깃털, 연금술사의 원석처럼 희귀하고 아름다운 사물이 수집, 진열된다.

오늘날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자기만의 ‘경이의 방’을 꾸민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 온라인에서 전시되는 우리 생활의 파편들은 일종의 디지털 수집물이자 21세기의 방식으로 구현해낸 호기심의 아카이브다. 그리고 수백 년 전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경이의 방’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은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연관 제품 : Curiosité 아트워크 스트랩


Lewis Carroll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Illustrations by John Tenniel, Published in 186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Curiouser and curiouser

호기심의, 호기심에 의한, 호기심을 위한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정체 모를 토끼를 쫓고, 낯선 쿠키와 물약을 주워 마시는 앨리스의 순수한 호기심이 만드는 모험은 더없이 기묘하고 환상적이다. “Curiouser and curiouser!”는 앨리스가 처음으로 쿠키를 베어물고 몸이 커져버린 제 2장 ‘눈물 연못’의 도입부이자, 이 이야기 전체를 한 마디로 대표하는 문장이다.

“요상하고도 요상해!” 앨리스는 소리쳤다.(앨리스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조차 똑바로 하지 못했다.) “이젠 내가 세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처럼 펼쳐져 버렸어. 잘있어, 내 발아!”(앨리스가 발을 쳐다 보니 까마득히 멀리 있어서 겨우 보일락 말락 할 지경이었다.)


René Magritte, <La Réponse Imprévue> Gouache on paper, 1963-64

뜻밖의 대답

The Unexpected Answer

분명, 누군가 —또는 무언가— 이 문을 통과했다.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실루엣의 커다란 구멍이 뚫린 문을, 굳이 문고리를 잡아 돌리지도 않고, 굳이 불도 켜지 않고.

마그리트는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주고 그로 인해 생긴 패러독스를 음미하는 짓궂은 예술가였다. 닫혀 있으나 열린 문, 숨기고 있으면서도 드러내는 문이 달린 방을 그려두고 이를 ‘닫혀있는 방보다 더 궁금해지는 방’이라고 말한 것처럼. 그렇다, 모든 스릴러의 묘미는 영문 모를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에서 나오고 거기엔 반드시 호기심의 육하원칙이 따라온다. “도대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그렇다면 이 구멍의 모양은 어쩌면 이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 호기심의 실루엣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궁금해하더라도, 이 문에서 걸어 나오는 건 언제나 <뜻밖의 대답(La Réponse Imprévue)>인 것이다.


Georges Méliès <Le Voyage dans la Lune> Released in 1902

우주 너머로

Space Expedition

천문학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과학이고, 별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신화 모티브다. 인간은 집을 지을 줄 알기 전부터 하늘을 볼 줄 알았고, 말을 할 줄 알기 전부터 별을 노래했다.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했다면 인간은 지금의 인류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아주 오래전부터 우주라는 미지는 우리에게 늘 탐스러운 물음표였다. 처음으로 특수효과를 사용한 최초의 SF 영화가 조지 멜리에(Georges Méliès)의 <달나라 여행(Le Voyage Dans La Lune, 1902)>인 사실을 보면,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열렬히 상상해왔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8월 18일, 스페이스X가 ‘팰컨9’의 여섯 번째 로켓 재활용 발사에 성공했다. 나사(NASA)가 우주개발에 들인 비용은 지금까지 1천조 원이 넘는다. 역사상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객은 약 200억 원을 기꺼이 지불했고, 최소 3억 원짜리가 될 예정인 블루오리진의 11분짜리 우주관광 티켓은 예약 대기인원만 800명이 넘는다.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 삶에서 가장 먼 곳으로 찰나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의 발전이나 경험의 과시? 그건 부차적인 산물일 뿐이다. 진정한 이유는, 태초부터 우리를 유혹해온 질문의 본능ㅡ호기심이다.

Directed by MICHELLE PARK, NOELLE YANG
Written by NOELLE YANG
Eng Translation by MICHELLE PARK
Designed by JUNSEON YU
Cover Illustration by BAÉ

Produced by STUDIO PARENTHÈ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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